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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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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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다르다는 증거☆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정보처리의 부호화, 저장, 인출 단계에서 다른 처리 특징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 둘을 하나의 기억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여러 가지 연구들을 보면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강도의 차이만 다른 기억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질적으로 다른 두 개의 기억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한다. 여기서는 두 가지 증거에 대해서 다루기로 한다. 하나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나타난 자유회상에서의 계열위치효과에 관한 연구들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상실증 환자에게서 얻어진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해리현상(dissociation)이다. 관련이 없는 단어들로 만든 목록에서 단어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들려주고 난 다음, 들려준 순서에 상관없이 기억나는 단어를 모두 기억해 보라고 하는 자유회상 과제를 대학생들에게 시켜 보면 목록의 앞부분에 있는 몇 개의 단어와 마지막 부분에 있던 몇 개의 단어는 상대적으로 잘 회상하는데 비해, 목록의 가운데 부분에 있던 단어들은 상대적으로 거의 회상해내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계열위치효과(serial position effect)라 하고, 그중 목록의 앞부분에 있던 단어들을 잘 기억하는 것을 초두효과(primacy effect), 목록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단어들을 잘 회상하는 것을 최신효과(recency effect)라 한다. 그런데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는 그 이유가 다르다. 초두효과는 장기기억에 부호화가 잘 된 항목들이기 때문에 인출이 잘 되었고, 최신효과는 그 내용이 단기 기억에 있기 때문에 회상이 잘 되었다고 본다. 이 주장은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에 영향을 미칠 조작을 가한 실험에서 지지를 받았다. 글랜저와 커니츠(Glanzer & Cunitz, 1966)는, 목록 앞부분에 있는 단어들이 장기기억으로 부호화되는 것을 방해하는 조작으로 단어들을 들려주는 시간간격을 짧게 해 보았고, 목록 마지막에 있는 단어들이 단기기억에 머무르는 것을 방해하는 조작으로 단어 목록을 들려준 다음 특정 숫자에서 계속해서 3을 빼는 것과 같은 삽입과제를 하게 하였다. 단어들을 들려주는 시간간격을 짧게 하면 초두효과는 사라지지만 최신효과는 여전히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고, 목록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단어들이 단기기억에 있지 못하게 하면 최신효과는 사라지지만, 초두효과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와 같이 어떤 조작은 초두효과, 즉 장기기억에만 영향을 미치고, 다른 조작은 최신효과, 즉 단기기 억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을 2중 해리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라는 두 가지 기억이 독립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아주 강력한 증거가 된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독립적이라는 또 다른 강력한 증거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에게서 알려진 선별적인 기억장애 현상이다. 기억상실증 환자의 경우 뇌의 손상 부위에 따라 장애를 보이는 기억이 다르다. 기억상실증 환자 H.M.의 경우 간질이 심해져서 좌우반구를 이어 주는 뇌량을 절단하는 수술을 하다가 해마도 절제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수술 이후에 일어난 사건이나 수술 이후에 유명해진사람의 사진에 대해서는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후유증이 보고되었다. 그러나 숫자폭(digit span) 과제 등을 이용해서 단기기억을 측정해 보면 별 손상이 없었다. 반면에 또 다른 기억상실증 환자 K.F는 새로운 장기기억은 형성하는데, 숫자폭과제를 사용해서 단기기억 폭을 측정해 보면 두세 개밖에 숫자를 기억해내지 못 하는 장애를 보였다. H.M과 K.F의 선별적인 기억장애 현상은 단기기억과 장기 기억이 독립적인 기억이라는 주장을 지지해 주는 결과이다.

1. 기억의 종류
기억을 지속시간에 따라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으로 나누며,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은 부호화, 파지, 인출의 세 단계에서 처리방식이 다르다고 기술하였다. 이는 기억을 한 가지로만 간주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억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까? 먼저 단기기억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앞에서 서술했듯이 배들리 (1986)는 작업기억을 중앙처리기, 음운루프, 시공간잡기장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나누었는데, 이 중 음운루프와 시공간잡기장은 서로 독립적일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연구자들이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운루프의 폭과 시공간잡기장의 폭 간에는 상관이 없으며, 이 두 임시저장소는 각기 다른 과제의 수행과 상관이 있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장기기억의 경우는 어떠할까? 장기기억은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여기서는 두 가지 기준과 그에 따른 장기기억의 종류에 대해 알아본다. 첫 번째 기준은 사람들이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언어화할 수 있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우리는 임진왜란이 몇 년에 일어났는지와 같이 어떤 사실에 대한 기억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회전하는 법 등은 동작으로는 잘하는데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전자와 같이 사실에 대한 지식으로 언어화가 용이한 기억을 서술지식이라 하고, 후자와 같이 어떤 작업을 하는 절차 등에 관한 지식으로 언어화가 어려운 기억을 절차지식이라고 부른다. 서술지식은 다시 의미기억과 일화적 기억으로 나누기도 한다.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단어의 뜻과 같이 우리가 그 정보를 언제, 어디서 학습했는 지가 이후에 그 정보를 인출하는 데 관련이 없는 서술지식이고,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은 어떤 단어가 좀 전에 학습한 실험목록에 있었는지와 같은 판단을 할 때처럼 정보를 획득한 시간적, 공간적 정보가 그 정보의 인출이나 사용에 관련이 있는 서술지식을 말한다. 두 번째 기준은 사람들이 자기가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른 구분이다. 자기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는 기억을 외현기억(explicit memory)이라 하는데, 회상이나 재인과제를 통해 우리는 외현기억을 측정할 수 있다. 반면에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지만 다른 과제의 수행에는 영향을 미치는 기억을 암묵기억(implicit memory)이라 한다. 예를 들어 단어목록을 학습시킨 다음 그 목록에 있던 단어들에 대해 재인과제를 실시하면 그중 어떤 단어에 대해서는 그런 자극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철자만 몇 개 주고 그 글자들이 들어가는 단어를 말하게 하는 단어완성과제를 시켜 보면 처음 보여 주는 단어를 만들어 낼 때보다 목록에 있었던 단어를 만들어 낼 때 훨씬 더 잘 단어를 완성해낸다. 이전에 그런 단어를 보았다는 외현적인 기억은 없지만, 단어완성과제에서 수행이 나아진 것은 외현기억이 아닌 다른 기억이 있다는 것인데, 이런 기억을 암묵기억이라 한다.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은 여러 가지 다른 특징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외현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아주 빨리 망각되는데 비해, 암묵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망각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2.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억현상들
지금까지는 주로 실험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기억현상과 처리 특징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절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기억현상들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한다. 여기서는 섬광기억, 사진에 대한 기억, 그리고 건망증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한다.

(1) 섬광기억
에빙하우스가 망각곡선을 발표한 이래 장기기억도 급속하게 망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건이 일어난 지 몇십 년이 지나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이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그 소식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중에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그리고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떻게 느꼈는지 등을 세세하게 기억해내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기억을 섬광기억 (flashbulb memory)이라고 부른다. 섬광기억 현상은 장기기억도 급속하게 망각된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섬광기억이 다른 기억과 질적으로 다른 기억이라고 보아야 할 근거는 거의 없다. 섬광기억은 본인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이 그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더 자주 되뇌고 반복적으로 인출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2) 사진에 대한 기억
일반적으로 장기기억의 인출은 급속하게 감소하지만, 바릭(Bahrick)은 고등학교 동창의 사진에 대한 기억과 외국어 단어에 대한 기억에서 예외적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바릭과 동료가 1975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졸업한 지 34년이 지난 후에도 졸업사진에 있는 동창들의 90% 이상을 재인해내는 놀라운 결과를 보고하였다(Bahrick, Bahrick, & Whitlinger, 1975). 물론 한 번에 다 재인한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단서들을 사용해서 재인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는 놀라운 결과다. 그럼 왜 사진에 대해서 이렇게 기억을 잘하는 것일까? 아마도 단어에 비해 사진에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부호화되었거나 다른 정보들과 정교화되어 부호화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40년이 지난 후에도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 대해 많은 부분을 기억하기도 하였다(Schmidt, Peeck, Paas, & van Breukelen, 20000, 그런데 이들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과잉학습을 하고 분산학습을 한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기억을 잘 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부호화가 잘 되면 그 효과가 지속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예다.

(3) 건망증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보다 더 건망증을 많이 호소하는데, 건망증은 왜 생기며 왜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더 많이 생긴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기억을 하려면 부호화를 해야 하는데, 앞에서 보았듯이 도식과 같은 관련 기억이 있으면 도식을 이용해서 부호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해 주의를 적게 기울이고, 많은 부분을 생략해서 부호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은 동시에 다른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더 두드러질 수 있는데,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건망증을 경험한 것을 기록하게 한 것을 정리한 바를 보면 그런 경우가 많았다(Reason, 1979). 즉, 무언가 더 중요한 일이 있고, 해당 사건이 익숙한 경우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서 부호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건망증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3. 기억을 잘하는 법
이제까지 기억과정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기억현상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그런 지식을 토대로 기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는것으로 이 장을 마무리하자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기억과정은 부호화, 파지, 인출의 세 단계로 나누는데, 파지 단계는 사람들이 변화를 주거나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억을 잘하게 하는 방법은 부호화를 잘하거나, 인출단서가 효율적이게 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기억향상 전략들은 주로 부호화를 잘하게 하는 방법들로서, 관련된 정보들과 연결을 짓는다거나 조직화하는 방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언어적 체제화를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익숙한 노래를 이용해서 첫 글자를 외우는 방법, 운율을 이용해서 기억해야 하는 항목들을 조직화하는 방법 등이 널리 사용된다. 그리고 보다 널리 알려진 방법이 심상을 이용한 체제화이다. 페이비오(Paivio, 1971)는 기억에 사용되는 부호를 언어부호와 심상부호의 두 가지로 나누
고, 언어부호로만 부호화하는 것보다 언어부호와 심상부호의 두 가지로 부호화하면 훨씬 더 기억을 잘 하게 된다는 이중부호화이론을 제안했는데, 장소법(method of loci), 걸이단어법(peg word), 핵단어법(key word)과 같은 방법은 쉽게 인출할 수 있는 장소나 걸이 단어나 핵단어와 내가 기억해야 하는 항목을 연합한 심상을 형성하게 해서 기억하게 하는 방법이다. 장소법은 잘 알고 있는 건물의 부분들이나 교문에서 강의실까지처럼 익숙한 이동 경로상에 있는 대상들에 기억해야 할 항목들을 연합한 심상을 만들게 하는 방법인데, 이렇게 부호화하면 나중에 그 건물이나 이동 경로를 마음속에서 따라가며 연합된 심상을 인출해서 기억항목을 인출해낼 수 있다. 걸이단어법은 걸이단어를 학습한 다음 기억해야 할 항목들을 순서대로 걸이 단어와 연합한 심상을 만들어 기억하는 방법이다. 핵단어법은 외국어 단어를 학습할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외국어 단어와 발음이 유사한 단어를 핵 단어로 설정한 다음 외국어 단어의 뜻과 이 핵단어를 연합한 심상을 만들어 학습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기억해야 하는 내용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관련 정보들을 연합하는 정교화 방안이 더 효과적이다. 이는 토마스와 로빈슨(Thomas & Robinson, 1972)이 제안한 PQ4R 방법이 대표적인 방법인데, 이 방법의 골자는 목차, 요약 등을 훑어 본 다음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며,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하고 그 답에 대해 평가해 보며, 머리 속에서 요약해 보는 순서로 글을 읽는 것이다. 즉, 중요한 내용들을 연관짓는 정교화 처리를 요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한 번에 학습하지 않고, 몇 번에 나누어 학습하는 분산학습을 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분산학습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맥락에서 부호화가 될 수 있으므로, 인출할 때의 맥락과 학습할 때의 맥락이 일치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출단서가 인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한다면 효과적인 인출단서를 사용하는 훈련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사람들의 기억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기보다는 질적으로 다른 몇 개의 과정과 기억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 유용함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런 특징을 고려하면 기억을 잘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보았다.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질문으로 이 장을 마무리하기로 하자. 머리말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지금보다 기억을 더 칠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기억을 잘하면 잘할수록 정말 더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바라듯이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고 사진처럼 기억해내면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일까?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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