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의 정의와 종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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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학습의 정의와 종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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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체가 환경 내에서 하는 경험이 그 유기체의 행동을 어떤 식으로든 일광성 있게변화 시키면 학습이 일어난 것이다.


당신은 혹시 바퀴벌레를 좋아하는가? 답은 뻔할 것이다. 그렇다면 태어날 때부 터 이 곤충을 싫어했는가? 아닐 것이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바퀴벌레 에 대한 혐오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그러한 보통 아이였다면 왜 지금은 이 곤충을 싫어하는가? 어릴 땐 바퀴벌레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싫어한다는 사실은 성장과정 중에 그것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그런 혐오감이 생겨났을까? 바퀴벌레에게서 직접 피해를 입은 적이 확실 히 있었는가? 아마도 그런 경우를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개 어른들이 바퀴벌레에 대하여 하는 이야기와 행동을 보고 배워서 지금과 같 이 싫어하게 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바 퀴벌레에 대한 혐오감을 습득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대개 학습이라면 곧 학교 공부를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학습이란 학 교 공부만이 아니라 유기체의 삶 전체를 통하여 항상 일어나고 있는 중요한 심리 과정이다. 예컨대, 위에서처럼 특정 대상에 대한 정서의 습득도 학습의 한 예이 다. 그러면 심리학에서 학습은 무엇이라고 정의될까?
1. 학습의 정의와 종류
학습의 가장 대표적이고 친숙한 예로서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즉 이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공부를 하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아마도 심리학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 즉, 학습은 '지식의 획득' 이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갖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다. 예컨대, 심리학 개론 시험에서 답을 쓸 수 있다. 그런데 당신이 그 '지식'을 곁으로 전혀 드러내지 않 는다면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다른 사람이 알까? 시험에서 답을 알아도 쓰 지 않은 학생에게 점수를 줄 수 있을까? 당신이 무언가를 학습했더라도 당신 이 외의 사람이 그 사실을 알 수 있으려면 당신은 그 지식'을 어떤 식으로든 표현 해야 한다. 그 표현은 결국 행동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습연구자들에게 학습이란 곧 행동의 변화로 드러난다. 그렇지만 어떤 학자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행동으로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에 학습(learning)과 수행(performance)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습을 행동 잠재력 상의 변화라고 정의한다.
그러면 행동의 변화는 모두 학습을 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갓난아이는
자라면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더라도 목소리가 커지고 걸을 수 있게 된다. 마약을 투여받은 사람은 분명히 행동이 달라진다. 또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에 빠져듦 에 따라 행동의 변화를 나타낸다. 이처럼 성숙이나 약물, 질병 등으로 인해 일어 나는 일련의 행동 변화들은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니다. 학습이란 경험(예: 야구공을 던지는 훈련 경험)에 의해 생겨나는 변화만을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변화는 여러 시각이나 상황에 걸쳐 비교적 일관적이어야 한다. 독 서실에서 공부했던 것들이 정작 시험장에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학습 이 되었다고 하기 힘들다. 이런 세 가지 점들을 종합해 보면 학습은 경험 때문에 일어나는, 행동 잠재력) 상의 비교적 일관성 있는 변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면 학습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종류는 한 자극에 대한 유기체의 반응이 변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찻길 옆 오막살이' 에 사는 아기는 기차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거의 반응을 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이처럼 동일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그에 대한 반응이 감소되는 것을 둔감화 Chabituation, 또는 습관화)라고 한다. 반대로 한 자극에 대한 반응이 그 자극을 경 험할수록 더 강해지는 것을 민감화(sensitization)라고 한다. 전기에 감전되어 본 사 람은 다시 감전되면 대개 이전보다 더 고통스러워한다.
한 자극에 대한 학습보다 좀 더 복잡한 것은 두 사건 간의 연관성을 배우는 것 이다. 예컨대, 우리는 번갯불이 번쩍인 후에는 천둥소리가 뒤따른다든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오른다든지 하는 것을 배운다. 이런 학습은 한 사건과 다른 사건을 연합(즉, 연결시킨다는 의미로 연합학습(associative learning)이라고 부른다 (위의 둔감화와 민감화는 한 가지 사건에 대한 학습이므로 비연합학습(non-associative learning)이라고 한다.). 연합학습에는 두 자극 사이의 관련성을 배우는 고전적 조건 형성과 어떤 행동과 그 결과 사이의 관계를 배우는 도구적(또는 조작적 조건형성의 두 가지가 있다.
조건형성 원리들은 아주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인데, 이런 단순하고 기계적인 원리들로는 수학공부 같은 것을 설명하기 힘들다. 따라서 사고가 개입되는 더 고 차적인 종류의 학습을 인지학습이라고 하며, 여기엔 고등동물이 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포함된다. 비연합학습에 대한 연구도 많이 있으나, 우리는 여기서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고 인간에게 가장 관련이 깊은 조건형성과 인지학습만을 살펴볼 것이다.
2. 고전적 조건형성
1) 파블로프와 조건반사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에 관한 연구는 20세기 초 소 화과정을 연구하던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Pavlov, 1927)의 실험들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그림 4-1] 처럼 개의 침샘에 연결시 켜 놓은 관을 사용하여 침 분비를 측정함으로써, 침 분비는 먹이가 입에 들어오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적인 반응임을 입증했다. 그런데 실험이 진행되면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개가 입 속에 먹이가 있을 때뿐만이 아니라 먹이가 담겨 있었던 그 릇을 볼 때에도, 또 먹이를 주곤 하던 실험자의 모습만 보아도 침 을 흘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중에는 실험자가 실험실 문을 여는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끔 되었다. 침 분비를 일으키는 물리적 자극이 없는데 도 침이 흘러나오는 이 현상을 파블로프는 심적 분비(psychic secretion)라고 불렀 는데, 그의 전형적인 실험 상황은 다음과 같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준다. 개는 소리 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리거나 약간 움직

이긴 하겠지만 침을 흘리지는 않는다(이런 의미에서 학습되기 전의 종소리는 중성적 인 자극이다.). 종소리를 울린 지 몇 초 후에 먹이를 주면, 개는 먹이를 먹으면서 침을 분비한다(여기까지가 1회의 훈련시행이다.). 몇 분 후에 또 종소리를 들려주고 는 먹이를 준다. 이런 일을 수십 차례 되풀이하고 난 후, 종소리만 들려주고 먹이 는 주지 않는다. 그러면 이 개는 먹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침을 분비한다.
이 고전적 조건형성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개는 먹이를 먹으면 자연 적으로 침을 분비한다. 이처럼 세상에는 유기체에게서 어떤 반응을 자동적으로 유발하는 자극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뜨거운 난로에 손이 닿으면 뜨거움이 느껴지기도 전에 재빨리 손이 움츠러든다. 이러한 반응은 학습되지 않은 자동적 인(즉, 생득적인 것으로서 무조건반응(unconditioned response, UCR)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무조건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을 무조건자극(unconditioned stimulus, UCS)이 라고 한다. 무조건자극에 대하여 무조건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무조건반사 (unconditioned reflex)0]t].
종소리는 애초에는 침 분비를 유발하지 않지만, 종소리와 먹이의 짝짓기를 여 러번 시행하면 종소리는 먹이를 예고하는 신호가 되고 따라서 종소리만으로도 침 분비가 유발되게 된다. 이처럼 어떤 중성자극이 무조건자극과 짝지어짐으로 인해 새로운 반응을 유발하게 될 때 그 자극을 조건자극(conditioned stimulus, CS)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조건자극에 대해 새로이 형성된즉, 학습된 반응을 조건 반응(conditioned response, CR)이라고 한다. 조건자극에 대해 조건반응이 일어나 는 것이 조건반사(conditioned reflex)이다.
2) 고전적 조건형성의 기능
개가 종소리에 침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고전적 조건형성이라면, 도대체 그게 우리 인간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겉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고전적 조건형성의 본질적인 기능은 유기체가 두 사건들(즉, CS와 UCS) 사이의 관계성을 학습하여 앞 으로 닥쳐올 일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대개 CS가 UCS에 선 행하여 제시되기 때문에 학습 후에는 CS가 UCS의 출현을 예고하는 신호가 되고, 따라서 유기체는 그 UCS에 대비할 수가 있게 된다. 예컨대, 종소리에 전기충격이 뒤따른다면, 개는 종소리가 들리면 도망을 가거나 몸을 웅크려서 전기충격이 주 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의 방어행동을 취할 수 있다. 우리는 번개가 치면 잠시
후 귀를 때리는 천둥소리가 들릴 것에 대비하여 미리 귀를 막을 수 있다. 또 아프 리카의 영양들은 사자의 냄새가 어디선가 흘러오면 미리 멀리 달아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고전적 조건형성이 영양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전적 조건형성이 오히려 적응에 지장을 줄 때도 있다. 특히 공포나 혐오 같은 정서가 개입된 경우 그러하다. 예컨대, 어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사람은 나중에 수영을 배우기를 싫어하게 된다. 물이 CS로, 그리고 죽음의 공포 가 UCS로 작용하여 물가에 가면 싫은 느낌(CR)이 들게 되는 것이다. 월남전 참전 용사들이 사회에 돌아와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거나 난폭한 행동을 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하는 일들이 미국에서 사회문제화된 적이 있다(월남전처 럼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주는 일들을 경험한 후에 심리적 문제를 겪는 것을 외상후 스트 레스 장애라고 한다.). 이 참전용사들은 축제에서의 폭죽소리에 즐거워하는 대신에 몸이 굳어 버리거나 두려운 표정을 나타내기도 한다. 폭죽소리(CS)가 월남전에서 의 총소리나 폭발음을 닮아서 전쟁터에서와 같은 공포(CR)를 유발하는 것이다.
3) 고전적 조건형성의 주요 현상들
(1) 조건반응의 습득
고전적 조건형성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인 중 중요한 몇 개만 살펴보자. 첫째, CS와 UCS가 빈번히 짝지어질수록 CS가 CR을 유발하는 경향성은 증가한 다. 즉, 훈련시행의 수가 많을수록 학습된 반응은 증강된다. [그림 4-2]의 학습곡선 (learning curve)은 이런 당연한 사실과 함께 학습의 후기에 비하여 초기에 시행 당 더 많은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보여 준다.
둘째, CS와 UCS 사이의 시간적 관계가 중요하다. CS는 UCS와 동시에 제시될 수 도 있고(동시조건형성), UCS보다 먼저 시작되어 UCS가 제시될 때까지 계속 켜져 있을 수도 있으며(지연조건형성), UCS보다 나중에 제시될 수도 있다(후향 또는 역 행 조건형성), 또한 UCS가 제시되기 전에 CS가 시작되었다가 종료될 수도 있다 (CS도, UCS도 없는 기간이 CS와 UCS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흔적조건형성이라고 함). 이 네 가지 절차들이 그림 4-31에 나타나 있다.
이런 시간적 관계의 중요성을 차를 몰고서 낯선 길을 가는 상황에 빗대어 설명 해 보자. 이 길 어디쯤 급하게 회전하는 곳이 있다면 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회전
하는 길이 나타나기 전에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운전자는 그 표지판을 보고 미리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이 경우는 CS(즉, 표지판)가 UCS(즉, 회전길)에 선행하여 제 시되는 지연조건형성 혹은 흔적조건형성 절차에 해당된다. 그런데 그 표지판이 회전길의 딱 중간에 있거나 회전길이 다 지나고 나서 세워져 있다면 운전자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후자의 두 경우는 각각 동시조건형성과 후향조건형성 절차에 해당된다. 여기서 짐작할 수 있듯이, 네 가지 절차 중 지연조건형성과 흔 적조건형성에서처럼 CS가 UCS에 선행할 때 가장 학습이 잘 된다.
셋째, CS와 UCS 사이에는 근접성이 있어야 한다. 즉, CS가 제시된 지 짧은 시간 안에 UCS가 주어져야 대개 학습이 가능하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준 지 10분쯤 지나서 먹이를 주면 개는 종소리에 대한 CR을 습득하지 못한다(이에 대한 예외가 나중에 볼 맛 혐오 학습이다.).

넷째, UCS가 얼마나 일관성 있게 CS에 뒤따르는가, 즉 CS-UCS 수반성(또는 유 관성)도 CR의 습득을 좌우한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 항상 먹이를 줄 때보 다 가끔씩 먹이를 주지 않을 때에는 종소리에 대한 CR의 습득이 당연히 느려진 다. 종소리가 들리고 먹이가 나올 확률이, 종소리가 없는데도 먹이가 나올 확률과 같을 때에는 CR이 습득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CS가 UCS에 대해 아무런 예고 력(즉, 수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습의 속도는 어떠한 CS와 UCS가 사용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종소리와 먹이를 짝짓는 경우에는 [그림 4-2]에서와 같이 CR의 강도가 느리게 점 진적으로 증가한다. 반면에 불빛(CS)과 전기충격(UCS)을 짝지으면 단 몇 번의 시 행만으로도 불빛에 대한 공포반응(CR)이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UCS가 유기체 에게 해로운 것일 때 대개 조건형성이 빨리 일어난다.

(2) 조건반응의 상실
개에게 종소리에 대한 침 분비 반응을 잘 학습시키고 난 후, 종소리만 들려주 고 먹이를 주지 않는 시행을 거듭하면 침 분비 반응은 점차 감소되다가 결국 중 단되기에 이른다. 이 개는 종소리가 더 이상 먹이에 대한 신호가 아님을 학습한 것이다. 이처럼 CS가 UCS 없이 되풀이 제시되면 CR이 점차로 사라지게 되는 것 을 조건반응의 소거(extinction)라고 한다([그림 4-4]).
그런데 반응의 소거가 완전한 망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침 분비 반응이 소거된 개에게 며칠 후 다시 종소리를 들려주면 침 분비가 되살아난다. 이처럼 소거된 CR도 휴식기간 후 CS를 제시하면 다시 나타나는 현상을 자발적 회복 (spontaneous recovery)이라고 하는데, 이는 소거된 반응이 완전히 상실된 게 아니 라 잠시 억압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자발적으로 회복된 반응은 그 강도가 약하 며, 다시 소거시키면 신속하게 없어진다([그림 4-41)
우리들은 대부분 한번 학습한 것을 잊지 않기를 원하는데, 습득했던 CR을 잃는 것은 손해가 아닐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소거의 유용성은 우리 주위의 환경이
변화한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적응적 반응이었던 것이 환경이 바
뀌면 부적응적인 것이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본 월남전 참전용사의 경우가 그 예이다. 전쟁터에서 습득된, 폭발음에 대한 CR(공포반응)이 평화로운 사회에서는 부적응적인, 따라서 제거될 필요가 있는 반응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면 이런 부적응적인 학습된 반응은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대체로 사람들 은 의지만 강하면 그런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영장에서는 익사할 일이 없다거나 폭죽소리가 나도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주지시키면 될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의 의지로 공포를 쉽사리 억누 를 수 있다면 왜 공포증이란 병이 있겠는가? 여기서 고전적 조건형성의 강력한 힘이 드러난다. 고전적 조건형성은 사람이나 개뿐만 아니라 토끼, 쥐, 심지어 달 팽이와 플라나리아에게서도 일어난다. 이는 곧 조건반응이 무의식적 수준에서 유 발될 수 있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의식적 통제가 작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부적응적인 CR을 없애는 방법으로는 소거 이외에도 역조건형성(counterconditioning)이 있다. 실제로 임상장면에서 쓰이는 이 방법은 부적응적 CR을 일 으키는 CS를 그 사람이 좋아하는 자극(UCS)과 짝짓는 것이다.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경험을 한 사람에게 물(CS)과 그 사람이 좋아하는 어떤 것(예, 초콜릿)을 여러 차례 짝지어 줌으로써 CS에 대한 새로운 CR(예, 기분 좋은 느낌)을 학습시키면 그
것이 이전의 CR을 압도할 수 있다. (3) 자극 일반화
이제까지는 동물이 훈련 시에 사용된 CS에 대하여 검사를 받는 상황을 주로 살 펴보았다. 그런데 실제 세상의 자극들은 항상 정확히 동일하지는 않다. 예를 들 어, 주인이 개를 부르는 소리가 항상 정확히 같을 수는 없지만 개는 그 소리를 알 아듣고 달려온다. 이처럼 원래의 CS가 아닌 자극이라도 CS와 충분히 비슷하기만 하면 CR이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을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라고 한 다. [그림 4-5]에서처럼 550mm의 빛에 대한 CR을 습득한 동물은 530nm나 570mm 의 빛에 대해서도 CR을 나타낸다. 이때 새로운 자극에 의해 유발된 CR은 원래의 CS 에 의해 유발된 것보다는 약하며, 새로운 자극이 원래의 CS와 달라질수록 CR은 점 차로 감소한다.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는 장소에 집이나 도서관)가 실제 시험장소 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는 것은 자극 일반화의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4) 자극 변별
자극 일반화가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다. 고양이와 호랑이가 유사하다고 해서 호랑이를 고양이 대하듯 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여러 비슷한 자극들에 대해 다른 반응을 해야 할 경우도 많다.
유기체가 UCS와 짝지어지는 자극과 짝지어지지 않는 자극을 구분하기를 학습 하는 것을 자극 변별(stimulus discrimination)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1000Hz의 소
리를 먹이와 짝지어 제시하는 시행과 1500Hz의 소리를 먹이 없이 홀로 제시하는 시행들을 섞어서 개를 훈련시키면 1000Hz의 소리에만 침 분비 반응이 조건형성 된다. 이는 곧 개가 1000Hz의 소리는 먹이의 신호가 되지만 1500Hz의 소리는 그 렇지 않다는 사실, 다시 말하면 유사한 두 자극이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 을 학습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5) 고순위 조건형성
한 조건형성 경험은 또 다른 조건형성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개에 게 종소리와 먹이를 짝지어 침 분비 반응을 조건형성시킨 후에, 검은 사각형을 먹이 없이 종소리와만 짝지어 제시한다. 그러면 이 개는 검은 사각형에 대해 침 분비 반응을 습득하게 된다. 이 경우 첫 단계의 조건형성에서 CS였던 종소리가 그 다음 단계의 조건형성에서 UCS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검은 사각형은 종소 리에 대한 신호가 되고, 종소리는 먹이에 대한 신호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순위 조건형성(second-order conditioning)이 가능한 것이다.
이와 같이 한 단계의 조건형성에서 CS였던 자극이 그 다음 단계의 조건형성에 서 UCS로 사용되는 식으로 특정 자극에 대한 CR이 여러 단계를 거쳐 학습될 때 이를 고순위 조건형성(higher-order conditioning)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UCS와 짝지어졌던 적이 없는 자극들이 어떻게 특정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 는 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표는 돈과 짝지어지고 돈은 음식 같은 UCS와 짝지 어지기 때문에 돈에 대한 CR이 수표에 대해서도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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