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기능이란?
본문 바로가기

심리학

지각 기능이란?

728x90


2. 지각
지금까지는 감각기관이 주변 환경의 상태 및 변화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감 각과정과 그때 일어나는 감각경험에 대해 살펴보았다. 지각은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된 이들 정보를 해석하는 과정이라는 정의를 기억할 것이다. 이제 감각기관 을 통해 수집된 이들 정보가 해석되는 지각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1) 주의와 그 기능
깨어 있을 때, 우리의 감각기관은 한 시도 빼놓지 않고 제 할 일을 충실히 수행 한다. 따라서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되는 순간순간의 정보는 실로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도 우리가 의식하는 정보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시각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글을 읽는 동안 여러분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단어와 그 앞의 내 용뿐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에도 여러분 시야에 있는 모든 것이 여러분 의 망막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시각기관으로 많은 정보를 받아들 이면서도 그중의 일부만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주어진 순간에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수많은 자극 중 일부에만 선별적으로 의식을 집중하는 과정을 주의(attention) 또는 주의집중이라 한다. 주의집중 과정을 통해 불필 요한 자극은 미리 걸러 내고 생존에 중요한 자극에만 몰두함으로써, 우리는 중요한 자극 속에 담겨 있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주의에 의한 지각과정의 효율성이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하다고 판단되었던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떤 대상의 중요성은 자극 장면과 그 당시 관찰자의 생리적 상태(예, 며칠 굶은 후의 상태), 그 장면에 관한 관찰자의 경험(지식)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관찰자의 생리적 상 태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며 지식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자극에 대한 지각경험도 시간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각의 효 율성 제고는 오류와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위에서는 주의가 마치 관찰자의 의도에 따라서만 통제되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누군가가 큰 소리를 지르면 책에 집중되었던 주의가 소리 나는 곳으로 옮겨 가는 것처럼, 관찰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또는 의도에 반하여 주의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주의의 초점은 관찰자의 상태와 의도 에 따라서 또는 외부환경 자극의 속성에 따라서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위의 예에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주의가 집중되기 전에도 우리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처리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주의를 집중하 기 전에 이루어지는 정보처리를 흔히들 전주의적 처리(pre-attentive processing)이라 고 한다. 그러면 위의 예에서 관찰자의 주의가 소리 나는 곳으로 옮겨가는 이유 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주의를 집중한 후에야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 (사건) 또는 그 소리를 내는 대상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주의는 주변에 산재한 수많은 자극(신호) 중 중요한 것을 선별하는 기능과 선별된 신호 속에 담 긴 정보의 처리를 촉진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하겠다.

2) 모양지각

앞서 소개한 짧은 일화에서 나의 시각체계는 어떻게 내 방에 들어선 그 학생의 정체(심리학과 3학년생)를 알아차렸을까? 무엇보다도 그 학생의 얼굴 모양을 기초 로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림 3-101을 보고 무엇인지를 말해 보라. C를 보고는 얼굴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겠지만, A와 B가 각각 무엇인지를 말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B는 C처럼 얼굴의 구성요소(눈, 코, 입)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 그들 요소가 조직되어 있지 않고, A는 얼굴의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지 못
하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사실 -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상의 형태는 구성요소를 가진다는 것과 대상의 형태는 그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가 적절하게 조직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1) 지각 조직화
주의집중 과정을 통해 관심 대상이 선정되면 그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를 보다 큰 단위로 묶는 과정이 전개되는데, 이 과정을 지각 조직화(perceptual organization) 라 한다. 우리의 지각체계는 조직화를 통해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단위요소를 집 단으로 묶어 의미 있는 모양(form)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대상의 정체파악 과정 을 구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조직화되는 과정, 즉 지각 조직화 과정을 밝혀야 한다.
지각 조직화 과정은 베르트하이머(Max Wertheimer, 1880~1943), 쾰러(Wolfgang Köhler, 1887~1967), 코프카(Kurt Koffka, 1886~1941)로 대표되는 형태의 심리 학자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연구되었다. 형태의 심리 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는 여러 개의 작은 요소를 묶어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지각하려는 강한 경향성을 가지 고 태어난다. 예컨대, [그림 3-11] 이 세 개의 점(구성요 소)이 아니라 하나의 삼각형(형태)으로 보이는 것은 이 러한 경향성 때문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이 조직화 경향성이 일정한 원리 (법칙)를 따라 작동한 다고 믿었는데, 이 원리를 흔히 지각 조직화 법칙(laws of perceptual organization)이라고 한다. 이들 법칙을 하나 씩 살펴보기로 하자.
최선의 법칙 지각 조직화 과정을 지배하는 법칙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최 선의 법칙(law of prägnanz)이다. 최선의 법칙은 특정 대상을 지각할 때 우리는 가 능한 한 가장 '좋은(good)' 형태(gestalt)로 경험하려 한다고 말한다. 이 법칙에서 말하는 '좋은'이란 '규칙적인', '정돈된', '단순한', '대칭적인' 등 여러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단순성 법칙(law of simplicity)이라고도 하는 이 법칙은 예컨대, A 그림을보고 사람들은 원 하나와 사각형 하나가 겹쳐 있는 것으로 지각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B에서처럼 두 개의 도형을 맞닿은 것으로 지각될 수도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최선의 법칙이 예측한 대로 지각한다. 그 이유는 원과 사각형이 각각 B에 제시된 두 개의 불규칙적인 그림보다 더 단순하기 때문이라 고 최선의 법칙은 말한다.
지각의 단순화 경향성은 지각과정이 경제원리에 따르고 있음을 반영한다. 지각의 경제성(perceptual economy)은 "우리는 세상을 가장 단순하게 지각하려는 경향성을 가진다." 그리고 “우리의 지각적 판단은 가장 두드러진 몇 개의 단서(최소한의 단서) 만을 이용하는 경향성을 가진다."로 압축된다. 결국 지각 경제성은 지각의 단순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각의 최소화 경향성(minimum tendency)' 또는 최소 원리에 따른 지각(perception by minimum principle)' 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으며(Hatfield & Epstein, 1985), 형태의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최선의
법칙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완결의 법칙 조직화의 또 다른 원리인 완결의 법 칙(law of closure)은 주어진 자극의 배열에 틈이 있으 면 그 틈을 메워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지각하려는 경향성을 일컫는다.


그림을 보는 거의 모든 사 람들은, 삼각형의 필수 구성요소인 선분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삼각형이 있는 것으로 지각할 것이다. 그 림에 빠져 있는 선분을 채워 넣어 완전한 삼각형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우리의 강한 경향성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형태
주의 심리학자들의 주장이다.

(2) 집단화 원리
앞서 우리는 대상의 구성요소를 묶어 하나의 통합된 형태로 지각하려는 강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집단화 경향성은 일정한 원리를 따라 발현한다고 언 급하였다. 집단화 법칙(laws of grouping)으로 알려지기도 하는 이 경향성은 여러 가지 하위 법칙을 거느린다(그림 3-14 참조). 집단화 법칙 중 인접성 법칙(law of proximity)은 자극을 구성하는 여러 구성요소 중 서로 가까이 위치한 것끼리 묶는 경향성을 일컫고, 유사성 법칙(law of similarity)은 비슷한 속성을 가진 요소끼리 묶 는 경향성을 일컫는다. 이밖에도 변화나 비연속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묶음이 전개된다는 연속성 법칙(law of good continuation)을 집단화 원리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연속성 법칙은 최선의 법칙으로 분류되어도 무방하다.
(3) 전경-배경 분리
시야에는 수많은 대상이 널려 있는데, 우리는 동시에 그 모든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순간순간의 조건에 따라 많은 대상 중 특정 대상만을 선택하여 그 선택된 대상만을 관찰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우리 는 특정 대상과 그 배후의 대상을 분리하는 경향성으로 이 필요성을 충족시키는 것 같다. 선택된 대상을 전경(figure)으로 그리고 그 배후의 대상을 배경(ground)으 로 구분하는 이러한 경향성을 형태의 심리학자들은 전경-배경 분리(figureground segregation)라 한다.
[그림 3-15]는 이 경향성을 확인시켜 주는 고전적 자극이다. 이 그림은 한 순간
술잔으로 보이다가 다음 순간에는 두 사람이 얼굴을 맞
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둘 다가 보이 지는 않는다. 즉, 술잔이 전경이 되면 얼굴은 배경이 되 고 얼굴이 전경이 되면 술잔이 배경이 된다. 두 경우 모 두 우리는 전경만을 의식한다. 이 재미나는 현상에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운다. 자극은 변하지 않는데 지각경험은 변한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 을 설명해야 할까?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처럼 지각경험이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정 보만으로 결정된다면 결코 이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지각경험은 감각기관을 통한 입력정보를 세 상에 관한 지식을 기초로 해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다시 말 해, 감각입력 정보를 분석하는 상향처리(bottom-up processing)와 기존의 지식을 기초로 그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는 하향처리(top-down processing)의 결과로 지각 경험은 결정되는 것이다.

[그림 3-15] 전경-배경 분리의 경향 성을 확인시켜 주는 그림
술잔인가? 마주 보는 얼굴인가?
3) 깊이 및 거리 지각
우리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주변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 지만, 그 대상이 어느 쪽에 그리고 얼마나 멀리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 중요성 때문이겠지만 우리 모두는 대상까지의 거리와 깊이를 매우 정확하게 지각한다. 우리의 시각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 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의 시각체계는 여러 가지 단서를 이용하여 깊이를 지각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깊이 지각에 이용되는 단서에는 양안단서와 단안단서가 있는데, 두 눈이 약간의 수평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생성되는 단서를 양안단서(binocular cues)라 하고, 한 눈만으로도 이용 가능한 단서를 단안단서 (monocular cues)라 한다. 이들 단서와 그 단서가 이용되는 방식을 하나씩 살펴보 기로 하자.
(1) 양안단서
깊이지각에 이용되는 양안단서는 다시 양안부등과 수렴으로 나뉜다. 전자는 약 300m 전방에 위치한 대상의 깊이지각에도 유효하지만, 후자는 멀어야 3m 전방 에 위치한 깊이 지각에만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눈 사이의 수평 간격(약 6.3cm) 때문에 각 눈에 맺히는 상(image)은 조금씩 다르다. 두 눈에 맺힌 시야의 상이 조금 다른 것을 양안부등(binocular disparity) 또 는 망막부등(retinal disparity)이라 한다. 양안부등을 실제 경험하려면, 한쪽 눈을 감 은 상태에서 왼손과 오른손의 인지를 각각 코앞 20cm와 30cm 전방에 위치시키 고 두 손가락의 간격을 가늠해 본 후, 뜬 눈을 바꾸어 그 간격을 다시 가늠해 보 라. 이 두 조건에서 추정된 손가락 사이의 간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 인데, 이것이 바로 양안부등의 존재를 반영한다([그림 3-161 참조).
양안부등의 정도가 작으면 우리의 뇌는 두 눈의 상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물체 의 깊이를 계산(지각하는 데 양안부등을 이용한다. 양안부등을 깊이지각에 이용 하는 과정 또는 능력을 입체시(stereopsis)라고 한다. 안경을 끼고 보는 입체영화도,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매직아이 Magic Eye)도 입체시 원리를 이용하여 제작된 상품들이다. 양안부등이 너무 커 서 두 개의 상을 하나로 융합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우리의 뇌는 두 눈에 맺힌 상을 각각 상이한 물체에서 투사된 것으 로 취급해 버린다.
두 번째 양안단서인 수렴(convergence) 은 망막에 맺히는 물체의 상에서 생성되 는 것이 아니라 안구 움직임을 통제하는 안근(eye muscles)에 가해지는 응력 (tension)에서 생성된다. 안근에 가해지 는 응력은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물체의 거리에 따라 규칙적으로 달라진다. 정면 의 무한히 먼 곳을 응시하고 있을 때는 두 눈의 시선이 평행을 이루기 때문에 두 눈의 자세(position)는 정면을 향하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물체에 시선을 집중하면 안구는 정면에 서 코 쪽으로 기울어져야(수렴해야 하고 물체가 코앞으로 다가올수록 안구가 코 쪽으로 기울어지는 정도, 즉 수렴의 정도는 커진다.
안구의 수렴은 인근에 가해지는 응력에 의해 야기되고, 수렴 정도는 응시대상까 지의 거리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진다. 그러므로 안근에 가해지는 응력을 알면 응시대상까지의 거리 계산이 가능해진다. 우리의 시각체계는 응시대상까지의 거 리를 계산(지각)할 때 안근의 응력에서 생성되는 바로 이 단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 단안단서
양안단서는 두 가지 밖에 밝혀지지 않았지만 깊이지각에 이용되는 단안단서는 여러 가지이다. 이들 단안단서 중 화가들이 화폭에 원근감을 살리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단서를 그림단서(pictorial cues)라고도 한다.
결 변화도(texture gradient)는 그림단서이기도 한데, [그림 3-17]을 보면 카메라 가까운 곳의 벤치는 크게 보이고 거리가 멀어질수록 벤치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 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시야를 구성하는 요소 대상들의 굵기는 거리에 따라 굵은 상태에서 작은 상태로 변한다. 표면의 결이 변하는 정도가 그 대상들까지의 거리 에 따라 규칙적으로 변하는 이 광학원리를 시각체계는 거리지각의 단서로 이용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눈앞에서 평행으로 멀어져 가는 두 선분이 망막에 투사되면,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두 선분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는 광학적 원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따라서 우리의 시각체계는 선형원근(linear perspective)으로 알려진 이 광학원리를 거리지각의 단서로 이용하 는 것이 확실하다.
[그림 3-18] 를 보면, 멀리 위치한 산일수록 그 모습이 더욱 흐리게 보인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이 현상은 대기권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들이 햇빛을 산란시키기 때문에 벌어진다. 입자의 분포가 동일할지라도 거리가 멀수록 빛이 산란되는 정 도는 체계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이 현상 역시 거리지각의 단서가 되는데, 이 단 서를 공중원근(aerial perspective)라 한다.

한 물체가 다른 물체보다 가까이 위치하면 가까운 물체가 멀리 있는 물체의 일 부를 가리게 되는데([그림 3-191), 중첩(interposition)으로 알려진 이 단서 역시 깊이 지각에 이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화폭에서 한 물체는 밝게, 또 한 물체는 어둡게 칠함으로써 두 물체까지의 거리가 달라 보이도록 하는 것은 상대적 밝기(relative brightness)가 깊이단서로 이용되고 있음을 반영한 예이며, 대상을 화폭의 지평선 이나 수평선 가까이 또는 멀리 위치시킴으로써 대상까지의 거리지각에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대상이 자리 잡은 위치의 상대적 높낮이(elevation/relative hight) 역 시 깊이단서로 이용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예이다.
거리지각에 이용되는 단안단서 중 그림단
서가 아닌 것으로는 조절(accommodation)을 들 수 있다. 조절이란 모양근의 수축과 이완 에 따른 수정체 (lens)의 두께 변화라는 것을 앞에서 배웠다. 응시대상까지의 거리에 따 라 수정체의 두께가 달라져야 하고, 수정체 의 두께 변화는 모양근에 가해지는 응력변 화로 야기되는 이 사실적 관계도 거리지각 의 단서로 이용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머리가 위치를 이동 할 때 생성되는 단서인 움직임 시차(motion parallax)를 살펴보자. [그림 3-20]이 보여 주듯 관찰자가 타고 있는 기차가 움직이 면 관찰자의 시야에 널려 있는 대상에서 투사된 망막 위의 상도 움직이게 되는 데, 이들 상이 움직이는 속도와 방향은 관찰자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물체의 위치에 따라 체계적으로 달라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응시대상보다 가까 이 있는 물체의 상과 그보다 멀리 있는 물체의 상은 망막 위에서 반대 방향으로 이 동한다. 그리고 응시대상보다 멀리 있는 물체의 상은 그 물체까지의 거리가 멀어 질수록 망막 위에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응시점보다 가까이 있는 물체의 상은 그 물체까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물론 거리와 방향 및 속도 간의 이러한 관계는 규칙적이고, 바로 이 규칙성이 거리 지각에 이용되는
단안단서 중 하나인 움직임 시차인 것이다.
4) 방향 및 움직임 지각
위치지각이란 대상이 관찰자를 중심으로 어느 쪽방향)에 그리고 얼마나 멀리 자리 잡고 있는지(거리)를 파악하는 일이다. 앞 절에서는 거리 및 깊이 지각이 예 러 가지 단서를 이용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물체의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리고 물체의 움직임(위치 이동)이 어떻게 파악되는지를 차례로 살 펴보기로 하자.
(1) 방향지각
엄지손가락을 정면에 위치시키고 그 엄지에 시선을 집중하면 엄지의 상은 두 눈의 중심와에 맺힌다. 이때 두 눈은 정면으로부터 코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 기 때문에([그림 3-211), 엄지의 방향을 왼쪽 눈을 중심으로 판단하면 약간 오른쪽 이 되고, 오른쪽 눈을 중심으로 판단하면 약간 왼쪽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엄지가 정면에 위치한다고 판단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물체의 방향 판단은 두 눈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합하여, 미 간의 중앙에 위치한 가상의 눈을 중심으로 그 방향을 판단하기 때문이다(Howard & Rogers, 1995). 이 가상의 눈을 그리스신화 속 외눈박이 사이클롭스(Cyclops)의 이름을 따서 Cyclops 눈(Cyclopean eye)이라고도 한다.
위의 예에서 왼쪽 눈은 오른쪽(+)으로, 오른쪽 눈은 왼쪽(-)으로 약간씩 수렴 하여 있기 때문에, 두 눈의 자세 정보를 통합(평균)하여 결정되는 사이클롭스 눈 의 자세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정면을 향하게 된다. 한편, 망막에 맺 힌 엄지의 상은 두 눈 모두 중심와에 위치하기 때문에 엄지의 상이 맺힌 망막 위 의 지점은 두 눈을 통합해도 그대로 중심와가 된다([그림 3-21] 참조). 결국, 이 예 의 경우 Cyclops 눈의 자세는 정면을 향하고 있고, 그 눈에 맺힌 엄지의 상은 중 심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시선의 방향에 놓인 물체만이 그 상을 중심와에 투사한다. 그러므로 Cyclops 눈의 중심와에 그 상을 투사하는 엄지는 Cyclops 눈 의 시선 방향인 정면에 위치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정보분석 및 종합과 정을 통해 우리의 시각체계는 물체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에서 물체의 방향은 두 가지 정보를 통합하여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 다. 하나는 시선의 집중 방향에 관한 안구자세 정보(eye-position information)이며, 다 른 하나는 물체의 상이 차지하는 망막 위 위치에 관한 망막 정보(retinal information) 이다. 이 두 가지 정보가 이용되는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정면에 위치한 오른손 엄지에 시선을 집중한 채 그 10cm 왼쪽에 왼손 엄지를 내밀어 보 라. 이때 Cyclops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고 오른손 엄지의 상은 중심와에 맺힌다. 하지만 왼손 엄지의 상은 두 눈 모두 중심와로부터 약간 오른쪽에 떨어져 있을 것 이다. 때문에 왼손 엄지의 상이 차지하는 망막 위 지점에 관한 정보- 두 눈의 망막
정보를 통합(평균)해도 왼손 엄지의 상이 차지하는 망막 위 지점은 여전히 중심 와로부터 약간 오른쪽이 된다. 결국, '중심와에 그 상을 투사하는 물체는 시선의 방향에 위치한다'는 광학원리와 'Cyclops 눈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안구자세 정보 그리고 '왼손 엄지는 중심와의 약간 오른쪽에 그 상을 투사한다' 는 망막 정 보를 종합하면, '왼손 엄지의 방향은 정면의 약간 왼쪽이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림 3-221).
(2) 움직임지각
주변에서는 많은 물체가 움직이고 있는데, 물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예컨대, 자동차가 정면으로 돌진하고 있다는 것 을 지각할 수 없다고 생각해 보라. 다행히도 우리는 물체의 움직임을 쉽게 지각 한다. 문제는 우리의 시각체계는 어떻게 이러한 움직임지각을 그렇게 쉽게 이루 어 내느냐는 것이다.
우선, 버스를 기다리는 친구(고정된 물체 A)를 바라보고 있는데 버스(움직이는 물체 B)가 A에 접근하고 있다고 하고, 이때 이 관찰자의 망막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려해 보자. 관찰자의 시선이 A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A의 상은 망막의 중심 와에 맺혀 있다. 물체 B가 시야에 들어온 순간, B의 상은 중심와에서 멀리 떨어 진 곳에 맺혀 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A의 상이 맺혀 있는) 중심 쪽으로 옮 아갈 것이다. 즉, 고정된 물체 A의 상은 망막의 한 지점(중심와에 고정되어 있지 만, 움직이는 물체 B의 상은 망막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을 한다. 이 분석을 통해 망막 위에서 벌어지는 상의 위치 이동은 그 상을 투사한 물체가 움 직이고 있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망막에서 상이 움직인다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우리의 시각체계는 그 상을 투사한 물체가 움 직이고 있다고 해석할 것이다.
그러나 움직임지각은 그렇게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우리의 눈도 비행기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비행기의 상은 중심와에 고정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한다. 여기서 비행기의 움직임과 함께 변하고 있는 것은 안구의 움직임뿐이다. 따라서 시각체계가 움직임을 지각할 때는 안구 움직임에 관한 정보, 즉 안구자세 정보를 이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방향 지각에서와 마찬가지로 움직임지각도 망막에서 벌어지는 상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와 안구의 자세변화에 관한 정보를
통합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하겠다.
그러나 망막 정보와 안구자세 정보의 통합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움직임도 있 다. 네온사인을 구성하는 작은 불은 움직이지 않고 차례로 점멸할 뿐인데도 움직 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일정한 공간 간격을 두고 있는 두 개의 불이 차례로 점멸하면 우리는 하나의 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지각한다. 이런 움직임을 외 견상 움직임(가현운동, apparent motion)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즐겨 보는 영화도 바 로 이 현상을 원용한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구름에 달 가듯이' 라는 표현은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구름 인데도 구름이 아닌 달이 움직이는 것으로 지각되는 현상을 시적으로 묘사한 것 이다. 유도 움직임(induced movement)으로 불리는 이 현상을 지배하는 원리도 아직 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5) 착시
시각의 오류인 착시에 대한 소개로 이 장을 마감하기로 하자. 지금까지는 우리 의 시각체계가 가진 엄청난 능력을 주로 소개하였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시각체계도 완벽하지는 않다. 지각 처리의 결과가 실재와 일치하지 않을 때 도 많기 때문이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외견상 움직임도, 유도 움직임도 모두 지 각경험과 실재가 다른 경우다. 지각경험이 실재와 일치하지 않는 이런 현상을 착 시(visual illusions)라 한다.
많은 착시 중에서 기하학적 착시만 몇 가지 소개하여도 우리의 시각체계가 완 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3-23]을 보라. MüllerLyer 착시의 경우 가운데 수평선분의 길이는 왼쪽 것과 오른쪽 것이 같은데도 오 른쪽 것이 더 길게 보인다. Ponzo 착시에서도 가운데 아래 위에 있는 수평선분의
길이는 실제로 같은데도 위의 것이 더 길어 보인다. Zollner 착시에서는 두 개의 긴 선분이 평행을 달리고 있는데도 평행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Titchner 착시의 경우 가운데 있는 동그라미의 크기가 같은데도 작은 동그라미로 둘러싸여 있는 왼쪽 의 것이 더 크게 보인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직도 해결 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