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좌우 대뇌반구의 기능차
좌우의 대뇌반구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이 절단되면 한 사람 속에 두 마음이 존재하게 되는가요? 좌우 대뇌반구는 각 반구의 반대쪽 신체에서 정보를 받
고 운동을 통제합니다. 즉, 우반구는 왼쪽 신체의 감각정보를 받고 왼쪽 신체의 운동을 담당하며, 좌반구는 오른쪽 신체의 감각과 운동에 관련됩니다.
좌우 대뇌반구는 뇌량이라는 거대한 축삭다발에 의해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뇌량으로 좌우 대뇌반구가 의사소통을 하여 우리는 각 대뇌반구의 작용을 따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 '나'를 갖게 된다.
좌반구와 우반구는 얼핏 보기에 상호 대칭적인 모양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두 반구의 차이란 단지 좌반구는 오른쪽 몸의 감각과 운동에 관련되고, 우반구는 왼쪽 몸의 감각이나 운동에 관련되고 다른 기능은 동일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좌우 반구의 기능이 동일하지 않다는 증거들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뇌가 손상된
환자의 연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떤 뇌손상 환자는 좌반구의 연합피질 중 Broca영역에 손상을 입은 경우, 말이 매우 느려지고 발음이 명확치 못한 증상을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우반구에서 그에 대응되는 부위에 손상을 입은 환자는 언어장애를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좌반구의 측두엽과 두정엽이 접하는 부위에 있는 Wemicke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빨리 말할 수 있고 발음도 명확하지만 전혀
말이 되지 않았습니다.
즉, 그 환자는 말에 전혀 의미가 없었고 남의 말이
나 글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나타내는 실어증(aphasia) 환자의 사례로부터 오른손잡이와 대부분의 왼손잡이에게 언어중추가 좌반구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반구 역시 좌반구에 못지 않은 기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의 좌우 대뇌피질의 기능에 관한 증거는 분리뇌(분할뇌, split brain)를 지닌 환자의 연구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분리뇌란 좌우 대뇌반구의 대뇌피질을 연결하는 뇌량이 절단된 뇌를 말하는데, 뇌량절단은 심한 간질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쓰였습니다.
뇌랑을 절단하면 좌우 대뇌반구는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작용합니다. 뇌량이 절단된 환자의 감각계, 기억, 운동계는 더 이상 정보를 의사소통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전
문가가 아닌 사람에게는 그러한 사실이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왼쪽 대 뇌반구만 언어를 통제하고 오른쪽 반구는 벙어리이기 때문입니다. 스페리(R. Sperry)는 이런 분리뇌 환자를 피험자로 삼아 좌우 대뇌반구의 기능을 연구하여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그가 전형적으로 사용한 방법을 보면, 분리뇌 환자를 스크린 앞에 앉히고 스크린 중앙에 있는 한 점에 시선을 고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때 중앙 응시점의 왼쪽인 왼쪽 시야는 눈을 통해 그 정보가 오른쪽 일차시각피질로 전달되고, 응시점의 오른쪽인 오른쪽 시야는 왼쪽 일차시각피
질로 그 정보가 전달됩니다.
뇌량이 절단되지 않은 사람인 경우 각 시야의 정보는
뇌량을 통해 전달되어 두 대뇌반구의 정보가 통합됩니다. 그러나 뇌량이 절단된 분리뇌 환자인 경우 한쪽 시야에 순간적으로 그림이나 단어 등의 시각자극을 제시하면 시각정보는 반대쪽 대뇌반구에만 입력됩니다. 시각자극을 제시할 때에는 피험자가 눈동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짧은 기간 동안 자극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스페리 등은 '나사' 라는 단어를 스크린의 좌측에 1/10초가량 제시하였습니다. 이때 '나사' 라는 단어는 두 눈의 망막의 오른쪽인 절반에 그 상이 맺히고 오른쪽 시각피질로 투사됩니다. 또한 우반구는 몸 왼쪽의 운동과 감각에 관련됩니다. 피험자는 왼손으로 그 단어에 해당하는 나사를 쉽게 집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무슨 단어를 보았는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단어가 우반구에는 전달되었지만 뇌량절단
으로 언어중추가 있는 좌반구에는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른손잡이인 분리뇌 환자의 경우에 좌반구에는 언어능력이 있지만 우반구에
는 매우 제한된 언어능력만 있습니다. 그러나 공간적인 과제에서는 우반구가 좌반구 보다 우수합니다.
어떤 분리뇌 환자가 입체적인 그림을 보고 왼손이나 오른손으로 그린 그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반구의 지배를 받는 왼손은 피험자가 오른손잡이이기 때문에 매끄럽게 그리지는 못하였지만 입체적인 그림을 그
렸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좌반구의 지배를 받는 오른손은 선을 매끄럽게는 그리지만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지는 못하였습니다.
우반구가 많이 손상된 사람이는 일반적으로 뇌졸중의 결과로 일어났습니다.)은 정상적인 위치에서는 사람의 얼굴이나 사물을 알아볼 수 있지만 다른 각도에서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반구는 시각정보를 정신적으로 조작하는 데 중요
하게 생각됩니다.
분리뇌 환자의 대부분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름은 언어적인 것으로 좌반구에서 처리되고, 얼굴을 보고 기억하는 것은 공간
적인 것으로 우반구에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뇌에서는 이 두 가지 기억이 뇌량을 통해 교환되어 그런 학습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분리뇌 환자의 경우 두 기억이 상호 교환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야기됩니다.
한편, 분리뇌 수술 후 종종 환자들의 왼손은 자신의 마음을 따로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면, 재미있는 책을 보고 있는데 책을 쥐고 있던 왼손이 책을 내팽개칩니다. 왼손은 오른쪽 뇌가 통제하는데 오른쪽 뇌는 책을 읽을 수 없어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좌반구는 언어를, 우반구는 시각관계와 공간관계를 다루는 데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 다양한 과제에서는 두 대뇌반구가 모두 관
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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