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기관은 어떻게 역할을 수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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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감각기관은 어떻게 역할을 수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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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에서 여러분은 감각기관이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를 공부하게 될 것이다. 감각기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각기관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눈은 보기 위해, 귀는 듣기 위해, 코는 냄새를 맡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왜 봐야 하고, 왜 들어야 하며, 왜 냄새를 맡아야 하는 것일 까?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냄새를 맡지 못한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살아남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감각기관을 가지고 태어나는 목적은 삶을 보존 하기 위해서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성립된다. 감각기관이 생명보존을 위해 존재 한다면, 감각기관의 맡은 소임은 생명보존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에 의해 규정 된다.
생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대상들의 정체(대상이 먹을 것, 친구, 배우자와 같이 접근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절벽, 맹수, 적과 같이 피해야 하는 것인지)와 그것들의 위치(얼마나 멀리 그리고 어느 쪽에 있는지 또는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감각기관의 존재 목적 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물체의 정체와 위치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감각과 지각에 관한 의문 우선, 다음 일화를 고려해 보자 : 내가 지금 원고를 쓰고 있는데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린다. 문이 열리고 파란 셔츠를 입은 한 남자 가 들어와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그 남자가 심리학과 3학년 학생임을 알아차린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감각기관, 특히 시각기관과 청각기관이 그 역할을 다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감각기관이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그런 경 험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감각기관은 이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들 다양한 경험 중, 위에서 언급한 감각기관의 존재 목적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내 방에 들어선 대상이 심리학과 3학년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리고 "그 학생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라는 대상의 정체 파악과 대상의 위치 및 움직임에 관한 질문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장의 주 된 내용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일이 될 것이다.
감각이란? 지각이란?
우선 눈을 감은 상태에서는 거의 모든 시각 경험을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주목하자. 내 방 천정에 달린 형광등에서 발산된 빛이 그 학생에 의해 반사된 것을 내가 눈을 뜨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나는 그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시각 경험을 야기하는 필수적인 자극은 빛, 특히 물체 에 의해 반사된 빛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방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청각경험 역시 같은 방식으로 기술된다. 방문 을 두드릴 때 벌어지는 물리적 변화는 방문을 구성하는 나무와 두드리는 손등이 마찰을 일으켜 방문을 진동시킨 것뿐이다. 방문의 진동은 방 안에 있던 공기분자 를 진동시켰고 공기분자의 진동이 내 귀의 고막을 진동시켰기 때문에 나는 그 소 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청각경험을 위한 필수 자극은 공기 분자의 진동(흔히 말하는 소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러한 논리는 다른 감각 기관의 작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처럼 주변 환경의 상태 및 변화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주변 환경에서 방출되 는 물리적 에너지(예컨대 빛, 소리 등)를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 된다. 이렇게 시작되는 과정 속에서 물리적 자극에 담겨 있는 정보를 감각기관을 통해 수집하는 과정을 감각(sensation) 또는 감각과정이라 하고, 수집된 정보를 해 석하는 과정을 지각(perception) 또는 지각과정이라 한다. 따라서 감각과 지각에 관 한 공부의 과제는 주변 환경의 상태 및 변화가 제공하는 정보를 수집하고 그 정보 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구명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1. 감각
우리는 주변 환경의 물리적 변화를 탐지하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의 감각기관 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들 감각기관은 각각 상이한 물리적 변화 또는 자극을 탐 지하도록 특화되어 있다. 감각과 지각 과정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이들 모든 감 각체계의 작동방식을 정확하게 구명한 후에야 가능해진다. 여기서는 이들 감각체 계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연구된 시각과 청각의 작동방식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1) 시각기관
시각체계의 일차적 구성요소인 눈은 빛이라고 하는 물리적 에너지를 받아들여,
그 속에 담겨 있는 정보를 처리하도록 특화된 감각기관이다. 따라서 시각체계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려면, 빛의 속성과 눈의 구조 및 기능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1) 빛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라고 하는 에너지 중 그 파장이 약 390nm에서 760nm(1nm = 10m) 사이에 속하는 것을 빛(가시광선)이라 한다. 전자파에는 자 외선, 감마선, 엑스선과 같이 그 파장이 빛의 파장보다 짧은 것이 있고, 라디오파, TV파, 초단파처럼 그 파장이 빛의 파장보다 긴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시각체 계는 빛의 파장보다 길거나 짧은 전자파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그림 3-1] 참조).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파장이 달라짐에 따라 우리는 상이한 색깔을 경험하게 된다. 예컨대, 눈으로 들어온 빛의 파장이 짧으면 보라색, 중간 정도면 초록색, 길 면 빨간색을 경험한다. 그리고 밝기(brightness)는 물체에 의해 반사되는 빛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빛의 파장이나 양은 물리적 실체를 지칭하는 용어이고, 밝 기나 색깔은 심리적 반응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점을 주목하기 바란다.

(2) 눈
[그림 3-2)는 인간의 눈을 그려 놓은 것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눈 은 여러 가지 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첫째가 눈의 창문이라 할 수 있는 각막 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은 맨 먼저 각막(cornea)을 통과한다. 수양액(aqueous humor)은 투명한 액체로 각막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일을 한
다. 새로운 수양액이 계속 생성되기 때문에 묵은 수양액은 눈 밖으로 빠져 나가
야 한다. 동양인의 눈 색깔은 거의가 갈색이지만 서양인은 파란 눈을 가진 사람 도 있는데, 이는 홍채(iris)라고 하는 얇은 엽전 모양을 한 근육조직의 색깔이다. 홍 채의 중앙에 있는 검은 구멍을 동공(pupil)이라 한다. 동공은 빛이 눈으로 들어오 는 통로이기 때문에 동공의 크기에 따라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조절된다. 밤에는 동공이 커진다는 사실에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일정한 양 이상의 빛이 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 감각기관이 작동하는 데 필요한 자극의 최소 양 또는 강도를 절대 식역치(absolute threshold)라 한다. 동공 바로 뒤 에 자리 잡고 있는 수정체(lens)는 동공을 통해 들어온 빛의 초점이 망막 위에 맺 히도록 한다. 수정체가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 두께가 두꺼워지거나 얇아져야 하는데, 수정체의 두께 변화는 모양근(cilliary muscles)의 수축 또는 이완으로 이루 어지며, 수정체의 이러한 두께 변화를 조절(accommodation)이라고 한다. 초자액 (vitreous humor)은 달걀 흰자와 같은 투명한 물질로 안구(eye-ball)가 둥근 모양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안구의 뒤쪽 내부 벽을 덮고 있는 엷은 막을 망막이라고 하 는데, 망막은 그 중요성 때문에 아래에서 별도의 절로 다루기로 한다.

(3) 망막
망막(retina)이 중요한 이유는 물리적 에너지인 빛이 이곳에서 신경에너지로 바
뀌기 때문이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망막을 구성하는 추상체(cones)와 간상체(rods)
라고 하는 두 가지 수용기(receptor cells)를 자극하여 신경반응을 유발한다. 이렇게 유발된 수용기의 반응은 수용기와 연결된 양극 세포(bipolar cells)를 자극하고, 양 극 세포의 반응은 양극 세포와 연결된 신경절 세포(ganglion cells)를 자극하며, 신 경절 세포의 반응은 시신경(optic nerve)을 따라 뇌로 전달된다([그림 3-21 참조). (시 신경은 신경절 세포의 축색(축삭)이다.)

망막은 주요 신경세포 세 가지 - 수용기, 양극세포, 신경절 세포-층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눈으로 들어오는 빛은 수용기가 아니라 신경절 세포를 제일 먼저 통과한다. 망막에는 두 개의 독특한 곳이 있는데, 그중 중심와(fovea)에는 간상체 는 없고 추상체만 있다. 중심와의 추상체는 양극 세포와 거의 일대일로 연결되어 있고, 또 이들 양극 세포는 신경절 세포와 일대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중심 와는 세밀한 것을 잘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셈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자 세히 보고자 할 때에는 시선을 그 물체 쪽으로 돌리는데, 이는 그 대상의 상이 중 심와에 맺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 다른 곳은 맹점(blind spot)인데, 맹점은 망막 을 구성하는 신경절 세포의 축색들이 한 곳에 모여 안구를 빠져 나가는 곳이다. 때문에 이곳에는 수용기 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

눈앞에 있는 물체의 상이 맹점에 맺히게 되면 우리는 그 물체를 볼 수 없게 된 다. [그림 3-3]의 지시를 따라 보라. 이 간단한 실험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빛이 눈으로 들어 왔더라도 그 빛이 신경에너지로 바뀌어 뇌로 전달되 지 않으면 우리는 눈앞에 있는 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눈으로 있는 그대로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눈은 빛을 받아들이고 그 빛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신경에너지 또는 반응으로 바꾸어 뇌로 전달할 뿐이다. 뇌에서 그 정보를 처리 또는 해석하기 때문에, 우리는 눈앞에서 어떠한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 지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로
본다고 해야 한다.

(4) 시각통로 : 망막에서 뇌로
망막의 수용기에서 시작된 신경반응은 시신경을 따라 시상의 한 부분인 외측 슬 상체(Lateral Geniculate Nucleus: LGN)를 통과한 후, 후두엽의 시각피질(visual cortex) 로 전달된다. 시각정보가 망막에서 피질로 전달되는 이 통로를 시각통로(visual pathways)라 한다(그림 3-4 참조).
시각통로에서도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우선, 중심와를 중심으로 망막을 코 쪽과 귀 쪽으로 나누어 보자. 각 눈의 코 쪽 망막에서 나온 시신경은 시교차(optic chiasma)를 거쳐 반대쪽 뇌로 뻗어 가며, 귀 쪽 망막에서 나온 시신경은 같은 쪽 뇌로 뻗어 나간다. 따라서 왼쪽 눈의 코 쪽 망막과 오른쪽 눈의 귀 쪽 망막에서 나온 시신경은 우반구로 신호를 보내고, 왼쪽 눈의 귀 쪽 망막과 오른쪽 눈의 코 쪽 망막은 좌반구로 신호를 보낸다. 그러므로 시야를 두 눈의 시선이 집중되는 응시점을 중심으로 우측 시야와 좌측 시야로 나누면, 좌측 시야의 정보는 우반구 에서 그리고 우측 시야의 정보는 좌반구에서 처리된다([그림 3-4] 참조).

(5) 시각피질
짧은꼬리원숭이(macaque)의 경우 대뇌피질의 약 50%가 시각정보 처리에 관여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Felleman & Van Essen, 1991), 인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대뇌피질 중 시신경으로 입력된 정
보가 제일 먼저 도착하는 부위를 1차 시각피질(primary visual cortex)이라 한다(그림 3-41 참조).
1차 시각피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세포는 그들의 수용장(receptive field - 각 세 포의 반응을 야기하는 망막의 특정 영역)에 제시된 자극의 특성에 따라 반응하는 정 도가 달라진다. 예컨대, 어떤 세포는 그 수용장에 수직선분의 자극이 나타났을 때 에 가장 열심히 반응하는 데 반해 어떤 세포는 수직에서 15도 우측으로 기울어진 자극선분에 가장 열심히 반응한다. 그리고 또 어떤 종류의 세포는 특정 방위의 선분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에만 지속적으로 반응한다(Hubel, 1995). 또 다 른 종류의 세포는 두 개의 선분 끝이 모여서 이루는 모서리나 곡선 또는 선분의 끝을 탐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포는 시각자극의 작은 속성 또는 특징 (feature)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특징 탐지기 (feature detectors)라 불리기도 한다. 주 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시각자극을 잘게 분석해 보면 이러한 특징들로 구성되 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차 시각피질의 신경세포는 그 밖의 여러 시각피질(2차, 3차 시각피질 등)로 정 보를 보낸다. 특히, 2차 시각피질에서 뇌의 다른 부위로 보내는 정보의 흐름은 크 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한 갈래는 후두엽에서 두정엽 쪽으로 가는 배측 흐름이며, 다른 갈래는 측두엽 쪽으로 나가는 복측 흐름이다. 배추 흐름은 대상의 위치와 움직임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피질영역으로 연결되며, 복측 흐름은 대상의 정 체에 관한 정보를 처리하는 피질영역으로 신호를 보낸다. 시각피질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정보처리 덕분에 우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의식하게(알아차리게 되 는 것이다.
(6) 암적응과 적응
우리의 시각경험 중 대부분은 시각피질의 작용을 필요로 하지만, 망막에서 벌 어지는 일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경험도 많다. 그중 하나인 암적응과 병적응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 대낮에 영화관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 다가 한참 후에는 친구의 얼굴까지도 볼 수 있게 된다. 그 반대로 어두운 실내에 서 밝은 실외로 나오면 눈이 부셔 잘 볼 수 없다가 잠시 후에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전자의 현상은 빛에 대한 수용기 세포(추상체와 간상체)의 민감도가 높아지 기 때문에 나타나고 후자는 민감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전자의 경우처 럼 수용기가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강도에 따라 그 민감도를 높이는 과정은 암적
응암순응, dark adaptation)이라 하고 후자의 경우처럼, 그 민감도를 낮추는 과정 은 명적응(명순응, light adaptation)이라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수용기가 스스로 그 민감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7) 색채시각
망막에서 벌어지는 일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시각경험은 색채경험이 다. 주변을 둘러보면 엄청나게 다양한 색깔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눈이 어떻 게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많은 색깔을 볼 수 있는 것일까? 이 물음에 체계적 인 답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영국의 토마스 영(Thomas Young, 1773~1829)이었다. 그는 세 개의 투광기에다 각각 보라색, 빨강색, 초록색 필터를 끼우고 백색광선을 투사하여 회색 화면에 비추어 보았다([그림 3-5] 참조). 그리하여 이들 세 가지 색 상을 가진 빛이 골고루 섞이면 화면이 흰색으로 보이고, 빨강색 빛과 초록색 빛 이 골고루 섞이면 화면이 노랑색으로 보인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나아 가 이들 투광기에서 투사되는 빛의 강도를 달리하면 화면의 색깔이 다양해진다 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컬러 TV는 바로 이 원리를 원용하여 개발된 것이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기초로 영은 우리 눈에는 세 가지 종류의 색채 수용기가 있고, 이들 수용기에서 보내는 신호가 통합되어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낸다고 제 안하였다. 이 이론은 독일의 헤르만 폰 헬름홀츠(Herman von Helmholtz, 1821~1894)에 의해 더욱 발전되어 영-헬름홀츠(Young-Helmholtz)의 삼원색 이론 (trichromatic color theory)으로 명명되었다. 그 후 삼원색 이론은 생리학자들을 자 극하여 망막의 추상체는 그 속에 들어 있는 광색소(photopigments)에 따라 세 가
지로 나뉜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하였다. 이들 수용기는 그 수용기를 자극하는 빛
의 파장에 따라 반응의 정도가 달라지는데, 하나는 짧은 파장의 빛(진한 파랑색으 로 보이는 빛)에, 또 하나는 중간 정도 파장의 빛(초록색으로 보이는 빛)에, 나머지 하나는 비교적 긴 파장의 빛(주황색으로 보이는 빛)에 각각 가장 강렬하게 반응하 는 것으로 밝혀졌다(Brown & Wald, 1964).

이 이론을 이용하면 색맹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가장 흔한 적록색맹은 색채 경험에 필요한 세 가지 광색소 중 파장이 긴 빛에 민감한 광색소 또는 파장이 중 간 정도인 빛에 민감한 광색소가 없는 경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흔하지는 않지만 파랑색과 노랑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청황 색맹도 있는데, 이는 파장이 짧 은 빛에 민감한 광색소가 존재하지 않아 생기는 조건인 것으로 생각된다(Mollon,

1982).

그러나 삼원색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도 많다. 예컨대, [그림 3-61을 약 1 분 정도 응시하다가 시선을 돌려 흰회색의 바탕을 바라보면 앞서 응시한 자극 에서 빨강색이었던 위치엔 초록색이, 그리고 노랑색이었던 위치에는 파랑색이 희 미하게 보일 것이다. 이 효과는 그 그림을 응시할 때 작동하던 신경세포가 시선 을 돌린 후에도 계속하여 작동을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색채잔상(color afterimage)이라고 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헤링(Hering, 1834~1918)은 대립과정 이론(opponentprocess theory)을 제안하였다. 헤링은 우리의 눈에는 세 종류의 수용기가 있고, 그중 하나는 명암(흑백) 지각에 관여하며 나머지 둘은 색채지각에 관여한다고 생각하였다. 색채지각에 관여하는 두 종류의 수용기 중 적-녹 수용기는 빨강색과 초록색을 처리하고, 청–황 수용기는 파랑색과 노랑색을 처리하는데, 각각이 처리 하는 두 가지 색깔 중 한 가지를 처리할 때는 다른 것을 처리할 수 없다고 믿었
다. 예컨대, 적-녹 수용기가 빨강색에 반응할 때는 초록색에는 반응할 수 없고 초 록색에 반응할 때는 빨강색에 반응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적 녹 수용기가 빨강색에 반응하는 동안, 빨강색에 대한 반응 능력은 서서히 감소하 고 그 대신 초록색에 대한 반응능력은 상대적으로 증가한다고 보았다.
이 이론을 이용하면 색채잔상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빨강색 바탕을 응시 하는 동안 적-녹 수용기의 빨강색에 대한 반응 능력이 서서히 감소되고, 초록색에 대한 반응능력이 서서히 증가한다. 이때 흰색 바탕으로 눈을 돌리면 그 수용기는 빨강색보다는 초록색에 더 강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다. 모든 파장(색상)의 빛이 골고루 섞여 있는 흰색 바탕을 바라볼 때 적-녹 수용기는 빨강색보다는 초록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우리는 초록색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설명이다.
최근의 연구 결과, 뇌의 외측슬상체와 1차 시각피질을 구성하는 세포 중에는 대립과정 이론이 예측한 대로 반응하는 세포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DeValois & DeValois, 1980). 헤링은 대립과정이 수용기에서 전개된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들 연구 결과는 엄격한 의미에서 헤링의 생각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 러나 수용기 이후의 신경세포에서 벌어지는 색채처리 과정은 적어도 헤링의 견 해와 근본적으로 일치한다. 때문에, 색채시각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삼 원색 이론과 대립과정 이론 둘 다가 필요하다.
2) 청각기관
무서운 영화를 볼 때 귀를 막으면 무서운 느낌이 많이 줄어든다. 이 예만으로 도 우리 생활에서 청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 다. 때문에 이러한 청각경험이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과정만이라도 알고 있는 것 이 인간행동 및 정신과정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1) 소리
청각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자극을 소리라고 한다. 소리라고 하는 물리적 에너 지는 대개 성대나 첼로 현과 같은 물체의 진동에서 생겨난다. 이들 물체가 진동 하면 그 물체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 내 공기분자의 밀도가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게 되는데, 공기분자의 반복적 밀림과 쏠림을 소리 또는 음파라 한다. 음파
(sound wave)를 시각화한 [그림 3-7 al를 보면 소리의 속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 다.

공기분자의 밀림과 쏠림(음파의 주기)이 초당 몇 회 반복되는지를 나타내는 주파 수(frequency)는 헤르츠(Hz)로 표시되며, 음파가 초당 1,000번 반복되는 소리는 1000Hz 음, 5000번 반복되는 소리를 5000Hz 음이라고 한다. 귀를 자극하는 소리 의 주파수에 따라 음고(pitch)가 달라지는데([그림 3-7a] 참조), 주파수가 높은 소리 는 고음, 낮은 소리는 저음으로 들린다. 주파수는 소리의 물리적 변화를 나타내 며, 음고는 주파수 변화에 상응하는 심리적 변화를 나타낸다. 우리의 청각기관이 반응하는 주파수의 범위는 약 20Hz에서 20000Hz까지로 알려져 있다. 그 주파수 가 이 가청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에 들을 수 없는 소리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 아야 할 것이다.
[그림 3~7c]가 보여주는 소리의 또 다른 속성은 공기분자가 가장 많이 밀린 상 태에서 가장 많이 쏠린 상태까지를 나타내는 진폭(amplitude)이다. 라디오의 볼륨 을 높인다는 것은 라디오에서 나는 소리의 진폭을 키운다는 뜻이다. 소리의 강약
(loudness)은 주로 음파의 진폭에 의해 결정되며, 진폭은 대개 데시벨(dB) 단위로
측정된다. [그림 3-8) 은 주변에서 흔히 들리는 소리의 진폭을 데시벨 단위로 나타 낸 것이다. 여기서 진폭은 소리의 물리적 변화를 나타내며, 강약은 그 물리적 변 화에 상응하는 심리적 변화를 나타낸다.

[그림 3-7d]에서 볼 수 있는 소리의 세 번째 속성은 음파의 모양이다. 지금까지 는 모든 소리를 마치 하나의 사인파로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취급하였다. 하나의 사인파로 나타낼 수 있는 소리를 순음(pure tone)이라고 하는데, 사실 순음은 실험 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우리가 듣는 거의 모든 소리는 하나의 사인파 로 나타낼 수 없는 복합음(complex tone)이다. 그러나 복합음은 여러 가지 순음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Fourier 분석이라는 기법을 이용하면 특정 복합음을 구 성하는 여러 개의 순음을 분리해낼 수 있다. 복합음을 구성하는 여러 순음 중 주 파수가 가장 낮은 음을 기본음 그리고 기본음의 주파수를 기본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라 하며, 기본음의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의 음을 상음(overtones) 또는 화음(harmonics)이라 한다. 복합음의 음고는 기본주파수에 의해 결정되며 상음은 복음의 음색(timbre)을 결정한다. 예컨대, 첼로와 거문고의 소리가 다르게 들리 는 것(음색이 다른 것)은 첼로와 거문고 소리의 상을 구성하는 음파가 서로 다르 기 때문이다. 여기서 음색은 심리적 속성을 그리고 상음은 물리적 속성을 일컫는 용어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2) 귀
[그림 3-9]는 인간의 귀를 알기 쉽게 그린 것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의 귀는 크게 세 부분(바깥 귀, 중간 귀, 속 귀)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부학자들은 귓 바퀴(pinna)와 귓구멍(auditory canal) 그리고 고막(eardrum)을 합해 바깥 귀(external ear)라고 하며, 고막 안쪽의 공간에 위치한 세 개의 연골[추골(hammer), 침골(anvil), 등골(stirrup)]을 통틀어 중간 귀(middle ear)라 한다. 그리고 청각 수용기 세포를 담 고 있는 와우관(cochlea), 목을 축으로 머리의 전후, 좌우 회전 움직임 탐지용 수용 기 세포를 담고 있는 반규관(반고리관, semicircular canals), 머리의 수직, 수평 움직 임 탐지용 수용기 세포를 담고 있는 전정관(vestibule)을 통틀어 속 귀(inner ear)라 하는데, 아래에서는 와우관만 소개할 것이다.
물체의 진동에 의해 생성된 소리(음파), 즉 공기분자의 진동은 귓구멍을 통해 그 맨 끝에 있는 고막을 진동시킨다. 고막의 진동은 고막에 부착되어 있는 추골 을 밀고 당기며, 추골은 침골을, 침골은 등골을 각각 밀고 당긴다. 등골의 움직임 은 그에 부착된 난원창(속귀의 막을 진동시키며, 난원창의 진동은 와우관 내부에 차 있는 액체에 압력을 가하고, 이 액체에 가해진 압력의 변화는 코르티 기관 (Organ of Corti)을 구성하는 기저막(basilar membrane)을 진동시킨다. 기저막 위에 자리 잡고 있는 모세포(hair cells-청각 수용기)는 기저막의 진동을 신경반응으로 바 꾸어 놓는다. 모세포에 의해 생성된 신경반응이 청신경을 따라 청각피질에 도착 하면, 청각피질에서는 청신경의 반응을 기초로, 소리 속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분석하고 종합한다. 우리는 청각피질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정보처리의 결과만을 경험하는 것이다.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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