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정의

동물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동물학이라면, 인간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학문이 심리학(Psychology)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로서 육체를 가지고 있어 생리적으로 생체화학적, 생체물리학적 기제에 의해 작용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를 형성하고, 정신적 작용에 의한 문화적 소산의 진리성을 탐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심리학의 지식내용은 인간 자체의 특성 때문에 자연과학적인 지식에서부터 그와는 정반대인 정신생활의 철학적인 지식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 종류가 다양한 것은 물론 질적으로도 이질적이어서 심리학을 일의적으로 정의하는 데 큰 어려움을 갖게 합니다. 이
러한 이유에서 심리학의 정의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심리학자에 따라 주장하고 강조하는 점이 조금씩 다를 뿐만 아니라 시대의 변천에 따라서도 그 내용의 차이를 보여 온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심리학이 성립될 당시의 초기 심리학자들(분트, 제임스, 에인절 등)은 심리학을 정신생활에 관한 과학으로서 내적인 경험(감각, 감정, 사고, 의욕 등)을 포함하는 의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정신활동에 의한 내적인 마음의 이치
(심리학의 심리 (心理)는 마음의 이치를 뜻함)를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분트(1882)는 심리학의 주제는 자연과학의 주제가 되는 외적인 경험과는 달리 내적인 경험만을 연구하여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즉, 심리학은 인간의 정신과정, 다시 말하면 마음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20세기 초 행동주의의 발달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현상들만 연구하는 과학주의가 대두됨에 따라 심리학에서도 과학성이 강조되어 심리학을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외형적인 행동에 관한 연구로 재정의하게 됩니다.

그래서 왓슨(1919)은 심리학을 인간행동을 주제로 삼는 자연과학의 일부라고 정의하는 분트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합니다. 또한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은 관찰 결과로 얻어진 체계적인 지식을 토대로 일반 법칙이나 원리를 구성하고, 관찰된 행동을 이해하고 설명하며 통제하고 예언하는 데 목적을 두게 됩니다.

즉, 심리학을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필요에 따라서는 인간의 행동보다는 동물의 행동이 더 많은 연구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간단한 기제를 가진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면 보다 복잡한 기제의 인간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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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인 사상에서는 인간의 행동이나 해부학적 구조는 동물의 그것과 같은 연장선상 위에서 단지 조금 더 발달한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동물의 행동 이해는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환경의 통제라는 관점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심리학은 인간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Hilgard, 1952)이라는 정의는 많은 사람에 의해서 오랫동안 널리 인정되어 1960년대까지 대부분의 심리학책에서 채택되었습니다. 

모건(Morgan) 등도 1981년에 출판한 심리학책에서 심리학은 인간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심리학을 인간과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러다가 인지심리학과 현상학적 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심리학은 행동뿐만 아니라 초기 심리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던 정신과 정도 또다시 연구 대상으로 포함시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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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근에 와서는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의 정신 과정과 기억구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라는 정의 (Mayer,1981) 가 비교적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 행동을 구조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억 및 사고와 같은 내면적인 정신 과정, 즉 인지과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심리학을 인간의 행동과 정신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보았습니다.

특히 최근에 발간된 심리학책들의 정의는 심리학이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응용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응용과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Morgan et al, 1981; Wortman et al., 1981)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심리학의 정의를 "심리학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하여 행동과 정신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간단히 정의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정의는 심리학이 인간을 이해하기 위하여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객관적인 행동과 또한 직접 관찰할 수는 없으나 신경생리학적 자료로 추론이 가능하거나 언어적으로 보고될 수 있는 정신 과정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